비키니 인증샷 놀이가 걸그룹들 엉덩이며 가슴 끈적끈적하게 내보이는 것보다 뭐 더 자극적인 것도 아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도배된 온갖 성인 사이트 광고보다 더 음란한 것도 아니다. 딱 걸린 건 ‘나꼼수’는 ‘진보’여야하고, ‘진보’는 ‘엄숙’해야 한다는 오해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들이 과연 진보인가? 언제는 엄숙했었나? 가령 이 아저씨들이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구호가 ‘쫄지마, 씨바’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쫄다’는 증발하여 적어진다는 뜻의 ‘졸다’에서 나온 비속어다.
그런데 ‘씨바’는 성행위를 한다는 것을 일컫는 ‘십 할’에서 나왔다. 그러니 이 아저씨들의 구호는 남성 성기가 겁먹고 위축돼 성불능이 될까봐 두려워하는 거세공포에 대한 음담이었다. 그 거세공포는 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남성 사회의 상징 질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가슴배구단>의 중학생들이 여자 가슴 한 번 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땀 흘리고, 눈물 흘리다가 이뤄야할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것과는 애초에 다른 얘기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남성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비키니 인증시위 논란은 알 것 다 알고, 볼 것 다 본 어른들이 닥치고 유치찬란하게 놀다 벌어진 일이다. 뭐 대단한 목적이나 성장을 바란 것이 아니라, 지금 탄압 받으면 성불구 될까봐 겁나 죽겠으나 정력 센 놈처럼 보이고 싶다는 허세 놀이가 일으킨 파장이다. 사실 나꼼수 4인방은 ‘원래 그런 분’들이었고, 방송 내내 시덥잖은 성적 농담을 즐겨왔건만 새삼스레 문제가 되는 건 우습고 한심하다.
나꼼수 아저씨들이 비키니 인증샷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이 <드래곤 볼>의 변태 영감 무천도사처럼 여자 가슴보고서 코피나 팡팡 터뜨리는 자극이 아니라면 ‘휴지 운운’하는 발언 정도는 좀 삼갔어야하지 않을까? <가슴배구단>의 남학생들이 가슴을 보고자 했을 때, 미카코가 보여주게 된 건 커다란 젖가슴의 시각적, 물질적 쾌락이 아니라 그 가슴 안에 담긴 진심이었다. ‘가슴이 터지도록’ 나오라는 게 설마 결혼도 다 해봤던 아저씨들의 코피겠는가? 그 아저씨들이 제대로 정치적 저항을 계속하라는 진심이겠지.
- 이안
출처: 미디어오늘
Posted by mindguer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