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아무 준비없이 중도로 출발.
어제 가을운동회 한다고 새벽부터 고생한 아내와 애들을 태우고 달린다. 안개가 살짝 낀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달리다가 깜빡하고 동홍천까지 가버렸지만 그 덕에 인적 없는 56번국도를 따라 느릿느릿 단풍구경. 고속도로로 왔으면 이런 한적함을 느낄 수 없었겠지? 느랏재를 넘어 춘천 시내로 입성.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춘천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
공지천공원부터 여기저기 도로가 통제된 상황이다. 원래 계획은 중도선착장에 주차하고 몇가지 장비만 간단히 챙겨 배를 타고 들어가려했는데, 살짝 당황한 나머지 근화선착장에서 차까지 배에 태워 들어갔다. 이게 아닌데... 도선료 비싼데... 유원지 가는 도로는 여전히 공사 중. 울퉁불퉁한 흙바닥을 따라 드디어 도착.
의외로 많이 비어있는 캠핑사이트.
예전 예약제를 하기 전의 빽빽한 모습을 기억해서 그런지, 너무나 한적하게 느껴진다. 150사이트 한정이라서 이렇게 여유로운 건지 예약만 해놓고 오지않은 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예약을 못했더라도 아침 일찍 출발해 당일치기 캠핑을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 그리웠어. 이 나무들, 너른 풀밭들.
당일치기 캠핑 사이트 구축.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에 와우, 의자 셋, 테이블, 투버너를 놓는 것으로 완료. 텅 비어있는 축구장에서 2대 2로 미니축구. 15분 쯤 지나니까 숨이 찬다. 젠장. 하지만 아이들은 지치지않고 달리고 또 달린다. 축구클럽에서 설움 받던 진수도 오늘만큼은 맘껏 슛을 날린다. 캐치볼로 어깨도 풀고 컵라면으로 점심 땡~
자전거 독립 만세!
이어서 진혁이의 오랜 숙원인 두발 자전거 연습이 이어졌다. 눈물, 콧물, 땀을 흘려가면서도 포기하지않는다. 어찌나 씩씩대는지 꼭 자전거랑 씨름 하는 거 같다. 당근(페달 딱 두 번만 밟아도 정말 잘하는거야!)과 채찍(힘들면 그만해~)을 적절히 이용한 결과, 1시간만에 10미터 달리기에 성공. 축하한다.
해가 기울어가는 4시 반.
일요일 오후인데도 중도에 들어오는 오토캠퍼들이 꽤 있다. 월요일에 쉬는 분들인가부다. 늘 한적하게 캠핑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헌데 타프 하나 치는 데 다섯이 달라붙어 있다. 그건 쫌~. 잠시나마 부러웠던 맘을 접고, 5시10분 배를 타기 위해 후딱 정리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호수를 건너는 동안 산마루엔 석양이 걸린다. 크으~.
배에서 내려 좌회전해서 부리나케 일점오 닭갈비로.
은출형네랑 첨 왔을 때처럼 여전히 손님들이 줄 섰다. 뒷골목에 주차를 하고 왔더니 마침 딱 한 자리가 났다. 가게 안엔 뒷풀이 중인 마라톤 동호회원들로 가득. 젊은 처자부터 나이 지긋한 할배까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행복한 표정들이다. 게다가 그 주량들이란... 여러가지로 참 신기할 뿐.
후평동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두 네비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물었다.
차에 달린 파인드라이브(업데이트 안 한지가 6개월이 넘었다)와 아이폰의 쇼네비. 상냥한 파인이는 경춘고속도로 진입을, 무뚝뚝한 쇼네비는 돌아가라며 홍천T/G를 추천한다. 고민하다가 고속도로 진입 몇 킬로 전부터 주차장이 된 걸 보고는 뜨악해 홍천-양평을 거쳐 집으로~. 2시간 50분쯤 걸렸나보다.
12월엔 꼭 예약하고 2박해야지.
Posted by mindguer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