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
에지푸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 양명문 시 / 변훈 곡 / 오현명 노래
오현명 선생이 별세하셨다.
오현명하면 명태, 명태하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처음 산 자가용 처음 본 카오디오. 카세트테이프 양면에 명태를 가득 담아
명태를 듣고 또 듣고 부르고 또 부르시던 아버지를 그 때는 참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분이셨지만 그 누구보다도 외로우셨던 아버지.
술 한 잔 걸치고 오시면 시원하게 명태를 뽑으시던 아버지.
어디에도 풀 수 없었던 외로운 시인같은 속마음을
그렇게 풀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Posted by mindguer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