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미터 단위는 지구의 크기와는 관계가 있을지 모르나,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는 그다지 공유할 만한 점을 찾기 힘든 도량형이다. (중략) 오히려 한 자, 두 자하면서 쓰는 척관법 단위나 미국에서 인치와 피트로 부르면서 재는 임페리얼 스케일이 사람에게 더 친밀한 치수로 느껴진다. 이들은 손가락, 발 길이와 같이 신체에서 유래된 단위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정 단위 이외의 단위를 거래상, 증명상의 계량 또는 광고나 측정에 사용할 수 없다"는 법령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집의 크기는 24평, 36평, 방 크기는 12자에 15자 하고 이야기된다. 이들은 모두 인간 친화적인 치수들의 굳건한 저력을 보여 주는 예이다.
미터 단위는 특히 2와 5로만 나뉘어 떨어진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1m를 3등분해야 할 때 생기는 33.33...cm라는 위치는 우리가 쓰는 자의 눈금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 어디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황금 분할의 적용 가능성을 샅샅이 탐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선 우리가 쓰는 자의 단위부터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아예 새로운 자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사람의 키를 프랑스 인의 기준으로도 큰 183cm로 잡고 여기 항금 분할을 곱하고 나누어 가면서 모듈러(Modulor)라고 이름 붙인 독특한 치수 체계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 척도를 문이나 계단으로부터 시작하여 방의 크기와 심지어 건물의 크기를 결정해 나가는 데까지, 그것도 평생 사용해 나간 드문 고집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꼭 이 황금 분할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나 적어도 그가 만든 건물들은 현대 건축의 기념비로 알려져 있다.
서현/ 건축,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Posted by mindguer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