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창을 낸다면 문제는 방향이 된다. 경치가 제일 좋은 쪽으로 창을 낸다는 원칙이 받아들여지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햇빛을 면한 향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중략)
    물론 모든 창문이 남쪽으로만 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냉난방 문제가 주택에서 덜 부담스러워질수록 우리에게도 남향보다는 내다보이는 경치가 더 중요하게 자리잡기도 한다.
    북향은 빛의 양이 남향만큼 많지는 않다. 그러나 실내로 들어오는 빛이 항상 산란광이고 그 양도 거의 일정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정하고 풍부한 산란광이 필요한 미술관은 창이 대개 북쪽을 향하고 있다. 이 점은 공장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공장의 상징처럼 알고 있는 지붕의 톱날 모양 창들은 모두 그 유리 면이 북쪽을 향해 있는 것이다. 사무소 건물에서는 겨울철 난방보다 여름철 냉방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직사광선의 실내 유입이 적극적으로 차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근복적인 해결책으로 북향이 선호되기도 한다. 상점의 경우에도 진열장에 들이비치는 직사광선은 제품의 보존에 그다지 좋을 것이 없다. 거리의 남쪽에 자리잡고 북향을 한 상점이 더 선호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동향과 서향은 아침, 저녁에 해가 실내에 지나치게 깊이 들어오는 문제가 있다. 물론 따사로운 아침 햇살과 장엄한 낙조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전, 오후의 냉난방 부하 차이가 워낙 커서 첫손에 꼽는 선택은 아니다.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Posted by mindguerilla

2009/03/10 13:21 2009/03/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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