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로 뿌연 하늘만큼이나 답답한 몸을 일으켜
아무 생각없이 조용히 걸을 요량으로 남산으로 향했다.
마침 국립극장에는
정월대보름 잔치 준비가 한참이다.
커다란 달집이 마당 한 가운데에 세워져 있고
그 주위로 윷, 널, 투호, 팽이, 제기같은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생각지도 않게
달집태우기에 동참하게된 우리들도
계단에 자리잡고 앉아 각자의 소원을 적어내려간다.
잘못한 일 잘하고 싶은 일 미안한 일 고마운 일...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담은 종이를 새끼줄에 매달으면서
쓸데없는 고민거리들이 자리하던 맘 한구석이 한결 가벼워진다.
달집을 깨끗하게 잘 태우고나면
온 마을에 풍요와 평안이 찾아온다는
이 단순하고 정겨운 풍습이 참 고맙다고 느껴졌다.
우리에겐
정화와 축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형식이
대책없는 무절제로 흐르거나 지나치게 엄격함을 추구해선 안될 것 같다.
Posted by mindguer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