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럼 산트베르흐, 마르트 스탐, 딕 엘퍼르스를 위시한 많은 사람이 지하로 숨어들었다. 얀 본스와 오토 트뢰만 역시 각자 동지들과 함께 지하 출판 활동을 시작했다. 한때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들은 이제 위조 전문가로 변신했다. 신분증, 허가서, 여권 등등 네덜란드 사람이 정체를 숨기고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문서를 위조하기 시작했다.
'이때처럼 인쇄물이 생사를 가름할 정도로 결정적인 적은 없었고, 따라서 이처럼 위조 행위가 만연한 때도 없었다.'
배신과 체포 위험이 늘 있었기 때문에, 인적 접촉은 보통 일대일로 제한됐다. 특히 유대인 트뢰만은 혼자 숨어 활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접촉한 사람은 빔 브뤼서가 유일했는데, 브뤼서는 문서 위조에 필요한 재료를 조달하는 한편 작업이 끝나고 자료를 소거하는 역할을 맡았다. 트뢰만이 남몰래 헤릿 반 더 페인의 저항 운동을 지원했다는 사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트뤼만은 위조의 달인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인쇄 수업을 받던 당시 그는 '석판에 일일이 작은 점을 찍어 드로잉을 옮기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그가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네덜란드에 이미 오기 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중학교를 다닌 덕분이었다. 히틀러가 집권한 1933년 이후 모든 독일 중학생은 고딕 문자 쓰는 법을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트뤼만에 따르면,
'바로 그 덕분이었다. 내게 문자 도안을 가르쳐 준 나라에 맞서, 바로 그 문자 도안을 이용해, 위조 작업을 계속했다. 문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도장을 완벽하게 위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독일이 나를 만들어 준 셈이다. 과거에 나는 모든 면에서 위험에 빠진 유대인이었다. 이제 나는 돌아서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다. 그들의 무기를 이용해 그들과 싸웠다.' ...
네덜란드 디자인 여행/안그라픽스
Posted by mindgueri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