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정초부터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녹색뉴딜'로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녹색'에다 '뉴딜'까지 붙였으니 겉모양새는 그럴듯 하지만 '일자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뒷말이 많습니다. '기축년 MB판 구인광고`가 탁상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경제부 안승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녹색뉴딜의 간판은 뭐니뭐니해도 4대강 정비 사업입니다. 4대강 정비사업과 주변 정리사업에 무려 18조원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여기서 28만개 가량의 일자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죠.
그런데 그 일자리라는 게 사실 '아르바이트' 수준에 불과한 게 적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크린코리아 사업'만 봐도 그렇습니다.
'크린코리아' 사업은 정부가 총 1만5674명을 고용하겠다고 공언한 사업인데요, 농어민과 저소득층 등을 공공근로인력으로 활용해 5대강 유역 하천과 하구, 도시와 농어촌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업입니다.
기초지자체와 도립·군립공원별로 10명씩을 고용할 계획인데, 임금이 월 83만7000원에 불과합니다. 최저생계비인 월 133만원(4인 기준)에도 한참 못미치죠. 그나마 개인당 고용기간도 10개월 뿐입니다.
산불 피해를 예방하고 진화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도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산림청 27개 관서와 172개 지자체별로 각각 50명씩 뽑을 예정인데 하루 임금은 산림청이 4만2000원, 지자체는 4만7000원입니다.
그나마 산불조심기간인 150일만 고용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연간 9950명, 2012년까지 1만9900명이라고 발표했으니, 이 숫자를 채우려면 한번 쓴 사람을 다시 쓸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정보인프라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전자문서 활용 촉진' 사업을 한번 볼까요. 올해부터 2013년까지 공공부분의 각종 종이문서를 전자문서화하는 사업입니다. 총 319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합니다.
'전자문서' 운운해서 보기는 그럴듯 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319개 공공기관의 기록물을 복사하듯 스캐닝하는 단순 작업입니다. 월 보수는 100만원 수준으로, 아르바이트라면 모를까 일자리라고 보기에는 좀 민망하죠.
물론 좀 괜찮은 자리도 있습니다. 청정에너지 보급 차원에서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이 바이오에탄올의 차량적합성 평가사업 시행을 위한 전문연구원을 뽑습니다. 연봉도 5000만원 수준으로 나쁘지 않죠.
하지만 이런 자리는 뽑는 인원이 전국에서 고작 10명입니다. 근무기한도 2010년까지 2년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책임질 수 없다는 소리죠.
여기까지는 그나마 좀 구체적인 것들만 뽑아놓은 것입니다. 나머지 수십만개의 일자리들은 사실 '뜬구름' 잡는 숫자들이죠.
대표사업인 4대강 정비사업만 보더라도 정부 예산 11조원을 투입하면 대략 19만개 내외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솔직히 약간 뻥튀기되어 있습니다.
2005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상의 '건설업 분야에 10억원을 투자할 경우 16.6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셈법을 단순 적용해 곱하기한 것인데, 한국은행 조사를 못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정확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도 1995년의 경우 건설업에 10억원의 예산을 쓰면 17.5명의 고용효과가 있던 것이 2000년에는 17명으로, 2005년에는 16.6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고 하니 몇년이 지난 지금은 그 추세대로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과 기술개발을 통해 2012년까지 1만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의 근거로 "주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붙여놓은 설명은 그마나 솔직한 경우겠죠.
점점 먹고살기 힘들어지고 있는 요즘 국민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줘야겠다는 심정이야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안그래도 팍팍한 상황에 괜한 숫자놀음으로 국민들만 현혹시키는 것 아닌가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출처: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Posted by mindguerilla